뉴욕에 산다는 것


뉴욕에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세계의 수도 뉴욕에서 사는 특별한 혜택 중 하나는
음식에 있다. 뉴욕에서는 거의 모든 나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경험상 그 목표를
이루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점심 때가 되면 교역자 사이에 자주 신경전이 벌어진다. 임모 목사님은 무조건 청솔로 가자고
하고, 김모 목사님은 늘 아리요시다. 이모 목사님은 시도 때도 없이 쌀국수 먹겠다고 하고, 박모
목사님은 북창동 순두부에 푹 빠졌다. 나는 이왕이면 가보지 않은 곳 아무 데나 가자고 주장하지
만 번번이 내 계획은 좌절당하고 만다. 뉴욕에서 지낸 8개월 동안 그나마 맛본 것은 이탈리아,
멕시코, 브라질, 콜롬비아, 일본, 타이, 베트남 그리고 인도 음식. 지나다니며 눈여겨 봐두었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음식점도 많다. 필리핀 식당, 터키 식당, 티벳 식당 등. 함께 갈 용의가 있는
사람, “요기요기 붙어라!” 길지 않은 인생 많은 나라를 가보진 못해도 여러 나라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것, 뉴욕 사는 이 축복을 어찌 포기할 손가!


사람들은 흔히 뉴욕을 ‘세계의 관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세계의 관문 뉴욕은 동시에 ‘선교의 관문’
이기도 하다. 뉴욕에 이렇게 다양한 음식이 있는 것은 여기에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에서 우리는 세계의 다양한 언어를 접할 수 있고, 세계의 거의 모든 인종을
만날 수 있다. 그렇기에 타문화 접촉점으로서, 선교훈련지로서 뉴욕만한 곳이 또 어디에 있을까?


세계적인 선교 훈련센타가 뉴욕에 세워질 필요가 있다. 선교에 헌신한 세계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영국이나 하와이로 갈 게 아니라 뉴욕으로 와서 영어를 습득하고, 선교대상지의 커뮤너티와 접촉을
유지하고, 그곳 문화와 음식을 나누는 일이 이루어져야 한다. ‘세계선교의 관문 뉴욕’, 우리가 사는
이곳은 얼마나 멋진 곳인가!


요즘 채널17 때문에 난리가 아니다. 연고대 응원전을 떠올리게 하는 댄스가 눈을 어지럽히고, 엄청난
규모의 이단교회 예배실황이 그대로 전파를 타고 있다. 왜 그동안 꼬박꼬박 나오던 한국 뉴스가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인기있는 드라마가 사라져 버리고 말았을까? 한기총에서 이단으로 규정하고,
MBC PD수첩에서도 이단으로 고발 방송된 적이 있는 만민중앙성결교회가 채널17을 3년 동안 임대
하였기 때문이란다.


무릇 모든 사물에는 눈에 보이는 것 외에 보이지 않는 이면이 존재한다. 칼은 양날인 법이다. 다른 것을
베기 위한 것이지만 자기 손도 벨 수 있다. 뉴욕이 세계를 향한 관문이요 선교적 요충지라면, 그 역기능도
얼마든지 수행할 수 있는 곳이 이곳이다. 뉴욕 곳곳에 여호와의 증인, 싸이언톨로지 등 수많은 이단종교가
또아리를 틀고 있고, 일간지에서는 구원파 박옥수목사 집회가 연일 광고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세계의
관문’ 뉴욕은 악한 영이 활개치는 위험천만한 곳이 아닌가!


세계의 수도 뉴욕에서 살아가는 뉴욕 크리스챤들은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할까? 우리는 날마다 인종적으로,
종교적으로, 문화적으로 서로 다른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산다. 우리 눈앞에 하루 다섯 번씩 메카를 향해
절하는 모슬렘들이 있고, 무겁고 까만 옷을 입고서 떼지어 눈 돌리며 다니는 유대인들이 있다. 우리 옆 동네
는 볼리비아, 멕시코, 자메이카에서 온 라티노들로 시끌벅적하고, 우리 아이들의 친구는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사람들이다.


뉴욕의 그리스도인은 ‘세계를 품은 그리스도인’(World Christian)이 어떤 존재인지 실감하며 살 수 있다.
날마다 저들을 위해 선교적 부담을 안고 중보하며 살아가는 것, 이것이 뉴욕에 사는 그리스도인의 모습이
어야 할 것이다. 색다른 음식을 즐길 수 있고, 세계 모든 인종과 친구로 지낼 수 있는 뉴욕의 특권에만 취해
있을 것인가? 아니면 치열한 영적 전쟁터에서 하나님의 뜻을 마음에 두고 세계를 품는 그리스도인으로 살
것인가?  (2005년 10월호 예청모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