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ates : 일상 속에 출구가 있다


한국에서 가까이 지내던 분에게 연락이 왔다. 센트럴파크에 가봤냐고.‘The Gates'라는 미술작품 전시행사로
지금 뉴욕 센트럴파크에 난리가 났다고 한국신문에서도 대문짝만한 기사가 났는데 뉴욕에 있으면서도 아직
안 가봤냐고 다그치는 듯한 메일이었다. 결국 초짜 뉴요커가 비공식 뉴욕특파원의 사명을 띠고 며칠 전 센트럴
파크를 다녀왔다.


본래 미술에 대해선 어릴 적부터 내게 전혀 재능이 없었다. 나에게 미술만큼 지루한 시간이 없었다. 예술적
안목이나 조예같은 고상한 것과 나는 거리가 멀다. 그러니 애당초 예술적 감흥을 기대했을 리 만무하고 다만
한국을 그리워하는 아이들이 미국에 정붙일 수는 볼거리나 될까 해서 찾아갔다고 하는 게 더 솔직한 마음이
었을 게다. 하지만 세계적인 미술가의 작품으로 한국신문들까지 떠들썩하게 만든 예술작품을 본다는 기대
마저 없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웬걸. 센트럴파크에 들어선 순간 그 나마의 기대마저 삽시간에 무너져 버렸다. 4-5m 높이의 문을 덩
그렇게 세워두고 거기에 주황색 천이 드리워져 있다. 꼭같다. 문의 모양도, 천의 색깔도, 크기마저 꼭 같다.
예술은 개성이고 다양성이 아니던가? 조금의 차이도 없이 꼭같은 문들이 수천 개씩이나 계속되고 있는 것,
이건 예술품이 아니라 숫제 공산품이다. 작가의 고뇌가 베어있을 만한 것도, 예술적 솜씨를 발휘했음직한
부분도 발견할 수 없다.


아, 그렇구나. 이 작품은 하나에 초점이 있는 게 아니라 전체에 있는 것인가 보다. 하나를 보면, 이게 뭔가
싶지만 수천 개로 가득하니까 예술적인 작품이 되나 보다. 그렇지. 평범한 성벽도 만리를 쌓으면 인류사적
유적이 되고 세계적인 관광지로 주목받지 않은가. 혼자하면 바보같은 몸짓으로 보이지만 여러 명이 똑같은
동작으로 춤추면 청중들의 시선을 붙드는 환상적인 아트가 되지 않던가. 그러고보니 규모에도 미학이 있다.
하나로는 주목받지 못해도 수백 수천이 되면 모두의 이목을 끄는 아름다움이 있다.


우리 청년부가 이제 300명을 바라보는 규모가 되었다. 우리 한사람 한사람은 미약하고 영향력도 별로 없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된다면 달라진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은혜를 주셔서 이만한 규모가 되게 하셨
다면 우리가 감당해야 할 사명이 분명히 있으리라.


이런저런 생각으로 센트럴파크를 걷는 동안 또 다른 의문이 찾아왔다. 왜 문이어야 했을까? 문은 다른 곳으로
들어가는 과정이다. 새로운 세계로의 출구이다. 뉴요커들이 일상으로 걷는 산책길, 이곳에 오렌지 빛깔의 문들을
끝없이 세워둠으로 우리의 일상 매순간이 새로운 세계로의 관문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고보니
주황색이라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주황색은 어둑한 새벽에 청소하시는 분들이 입는 조끼 색깔이다. 모든 문들에
나부끼는 화려한 오렌지 빛깔의 커다란 천은 그곳을 산보하는 이들에게 황홀한 세계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환상을
제공한다.


매일 다니는 길이지만 예술가의 눈으로 본다면 거기에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관문이 있다. 우리가 매일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지만 깨어있는 영성으로 본다면 날마다 새로운 삶이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우리의 하루하루는 늘
새로운 모험으로 떠나는 길이다.


똑같은 한해처럼 2005년이 시작되었다. 큐티를 시작했고, 새로이 사역팀을 편성했고, GBS조도 편성할 것이다.
매해 다를 바 없는 일상적인 일이지만 이 하나하나가 새로운 데로 나아가는 관문이 될 수 있다. 청년들이여, 우리
앞에 놓여있는 문이 보이는가? 저 빛나고 황홀한 곳으로 함께 뛰어들지 않겠는가!    (02/27/2005 정주성목사)